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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 죄송합니다.
- 박영신
- 726
- 2007-09-11 00:00
초등학교 1학년 아들 녀석을 엄마인 아내가 숙제를 봐준다.
학교에서 시험 본 틀린 문제를 바르게 고쳐가는 숙제이다.
그런데 공부를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주언이가 울기 시작하고 아내는 씩씩거리며 큰소리를 낸다.
옆방에서 가만히 듣고 있다 보니 어이가 없는 싸움이다.
틀린 문제를 엄마가 바르게 고쳐 주는데 아들 녀석은 자기가 고친 답이 맞는데 왜 엄마는 틀렸냐고 우기는 것이다.
우기는 주언이를 보고 아내는
“엄마가 맞다고 하면 맞는 것이지” 하며 아들을 윽박지른다.
그런데도 아들 녀석이 울면서 자기 정답이 맞다고 우기자 아내가 한 소리한다.
“엄마는 대학교까지 나오고 알아도 너보다는 더 많이 알고 있어~”
주언이는 자기가 맞는데 엄마가 틀리다고 말하며 힘에 밀린 원통함에 울고 만다.
분이 풀리지 않은지 아내는
“그럼 네가 좋아하는 아빠에게 가서 확인해봐” 하며 주언이를 나에게 보낸다.
훌쩍거리며 문제의 시험지를 들고 내 방으로 들어오는 아들을 보니 절로 웃음이 나온다. 하하.
문제를 보니 다음 중 틀린 곳을 찾아내어 바르게 고쳐주세요.
‘아이들이 모래밭테서 뛰어 놈니다.’
엄마의 정답은 ‘아이들이 모래밭에서 뛰어 놉니다.’
그런데 주언이는 모래밭테서 가 맞는다고 우겼던 것이다.
아들에게 차근차근 설명한다.
“주언아! 아빠가 보니까? 여기가 좀 이상하다. 모래밭테서가 아니라.
포도밭에서~, 자갈밭에서~ 운동장에서~ 모두 ~에서가 맞는 것 같다.”
또 다른 설명을 해주자. 은근슬쩍 지우개로 지우고 정답을 고쳐 적는다.
주언이의 모습에 우리의 모습을 봅니다.
내 방법이 맞는다고 우깁니다.
내 생각이 맞는다고 우깁니다.
내가 보는 게 맞는다고 때를 씁니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방법이 맞는다고 윽박지릅니다.
하나님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