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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이순임 선교사 기도편지
- 이혁
- 648
- 2018-03-25 10:01
존경하는 동역자 여러분께,
주님 은혜 가운데, 다들 평안하시길 기원합니다.
어제 3월 7일 남편이 3년 6개월의 암투병 생활을 마무리하며 주님 영전으로 가셨습니다. 응급실에 도착한지 20분도 안되 마지막 숨을거두셨고, 그토록 병원에 가기 싫어하시던 것을 생각하면 마지막 시간이 길지 않았던 것에 감사합니다. 아르헨티나에 도착한 이후 40일 동안의 집에서 조용히 가족과 시간을 보내며, 시부모님, 친지, 친구들의 방문으로 짧지만 행복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동안 기도와 물질의 헌신으로 저희 가족의 기쁨과 고통에 동참해 주신 동역자 여러분들께 다시 한번 깊은 감사를 전합니다. 주님 알지 못하는 숱한 영혼들과 전쟁과 자연재해로 고통 당하던 수많은 영혼들을 언급하며 자신의 투병생활의 고통은 가볍다고 오히려 감사했던 남편이었습니다. 남편과 아빠를 잃은 고통과 절망은 남은 저희 가족에게 한없이 크지만, 천국에서 남편을 맞은 순간의 말로 다할수 없는 기쁨과 영광을 생각하며, 남편과 가족이 함께 보냈던 추억들을 품고, 자식들을 향해 지극한 사랑으로 풍성했던 아빠, 지극한사랑과 정성으로 아내를 돌보았던 따뜻한 남편, 농담과 재치로 늘 주별 사람들을 편안하게 했던 남편, 선교를 향해 전신을 헌신했던 훌륭한 사역자로 오랫동안 기억될 것입니다.
앞으로 저와 세자녀들이 가야할 길이 짧지 않습니다. 남편의 마지막 날을 마음으로 준비해 왔다고는 하지만, 그를 잃은 큰 슬픔과 동시에 남편이 남긴 빈 공간을 매일 경험하며 가족이 헤쳐 나가야 할 길을 생각할 때, 여러분의 기도와 용기가 필요합니다. 거북이 걸음같이 천천히 가더라도 저희 남은 식구가 주님 주신 삶을 열심히 살아 나갈 것입니다.
어제 남편의 본교회에서 장래식을 치르고 화장이 끝난 뒤, 저와 아이들이 남편이 선교 사역을 처음 시작했던 ‘’Impenetrable”라는 지역으로 가서 장래식을 마무리하게 됩니다. 가시 덩쿨로 엉퀴어 들어갈수 없는 곳이라 하여 이름이 붙여졌고요, 매마른 지역이라 지금까지도 사람들의 출입이 드물고 아스팔트가 드문 지역으로 남편이 1987년 처음 선교 사역을 시작했던 곳입니다. 매스티조와 현지 원주민들 사이에서 복음을 전하며 헌신했던 5년 동안의 경험이 그 이후 영국, 카자키스탄, 몽골에 이어 25년의 사역에 큰 디딤돌이 됐음을 기억하며, 남편이 자신의 재를 그곳에 묻기를 소원했습니다. 건강을 회복해서 다시 찾아보기를 그토록 원했지만, 결국은 재가 돼서돌아가지만 복음으로 변화된 삶으로 살아가는 숱한 성도들 가운데 육신이나마 평안히 쉬게 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2018년 3월 8일
아르헨티나에서 이순임, 안나, 마누, 호세 드립니다.